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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묵상

신앙체험글

  • 박영이
  • 2021-11-05 0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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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수기 19신은열 방글라시아  

여기는 새벽 3시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 중환자실이다. 나는 이 요양병원에서 밤근무를 서는 간호사이다. 중증환자를 간호하며 내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하느님께서 불러가시려는 환자들에게 대세를 주는 시간이다. 하느님께서 왜 나를 이 시간에 여기 세워놓으셨는지 그 이유를 절실히 깨닫고, 4대 교리를 설명해 드리고 대화하며 하느님을 맞아들이게 한 다음 대세를 드린다. 옆에서 대화를 들은 환자들 중 자기도 대세를 주라고 청하면 또 한 분의 영혼을 구할 수 있다는 기쁨에 얼른 대세를 드린다. 하느님께서 내게 이런 사명을 맡기시기까지 나는 그분의 고된 훈련을 수없이 거쳤다. 


1942년생인 나는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현모양처인 어머니 슬하의 4남 3녀 중에 막내딸로 부모님과 형제들의 사랑을 아주 많이 받고 자라났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내게 세상은 장미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곳이었고 삶의 어려움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였다. 


서울대 간호학과 1학년부터 7년간 나를 쫓아다닌 남편과 결혼을 할 때부터 나의 어려움은 시작되었다. 내 의사를 한번도 무시하지 않으신 나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의 결혼을 선택해 스스로 고난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노량진의 단칸 셋방에 신혼집을 얻어 살면서도 부우하게 자란 나는 가난한 것이 그리 부끄럽지 않고 힘들지도 않았다. 그가 지금은 가난하지만 나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일어설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내 기대에 부응을 했는지 그는 사업을 시작해 점점 일어서기 시작했고 나는 병원을 그만 두고 3남매를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살았다. 


부모님이 개신교에 다니셨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레 개신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1976년 동부이촌동으로 이사 와서 아이들을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대건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가톨릭으로 개종을 했다. 이문근 신부님께 주례로 온 가족이 영세를 받았다. 


남편의 사업은 잘되어서 회사를 3개로 확장했다.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보내는 기사를 따로 둘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내가 사업하는 남편의 자금을 대는 역할을 하였기에 친정식구들의 돈을 다 빌려다 주었다. 


그러나 사업이 잘 되자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일을 반복했다. 나는 속이 상해서 그랬는지 육아에 지쳐서 그랬는지 30대 젊은 나이에 갑상선암의 진단을 받았다. 성대까지 전이가 되어서 목소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나는 아무 것도 두렵지가 않았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저의 힘이시여. 주님은 저의 반석, 저의 산성, 저의 구원자 저의 하느님, 이 몸 피신하는 저의 바위 저의 방패, 제 구원의 뿔, 저의 성채이십니다. 찬양받으실 주님을 불렀을 때 나는 원수들에게서 구원되었네."(시편18,2-4)

수술하고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가 된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이 잘 살게 해 주셨다. 미리내로 철야기도를 다니며 주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했기 때문에 수술을 그리 잘 견뎌낸 것이 아닐까 싶다. 살아날 가능성이 50%밖에 없다고 했던 갑상선암 수술을 성공한 뒤에 나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모아 당시 강남성모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단을 조직했다. 그리고 성당에서는 연령회 활동을 시작했다. 


한번은 영세를 받고 싶은데 한복집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성당엘 못 나간다는 자매가 자궁암 말기가 되어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녀가 영세를 무척 받고 싶어했던 것을 알았기에 신부님께 졸라서 대세가 아닌 영세를 받게 해 주었고 직접 염을 하였다. 자궁암 말기라 시체에서 엄청난 냄새가 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피했지만 나는 아무런 냄새도 느끼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씻기고 염을 해주었다. 


그런데, 남편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었는지 1999년 12월 당시 8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부도를 내고 잠적해 버렸다.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은 다 차압이 되고 10여년 이상 대치동 성당 구역장으로 봉사하며 넉넉하게 주변에 사랑을 베풀고 살 때는 나를 천사라고 불렀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된 나를 사기꾼이라고 불렀다. 나는 주님께서 원하시면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하였다. 

욥의 기도를 드리며 애써 그 많든 재산에 대한 미련을 떨쳐내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는 짐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였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욥기1,21)

그래도 어떻게든 고등학교 3학년인 막내아들과 대학생인 딸들을 가르치고 길러내야 한다는 모성만이 나의 삶을 지탱하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가장 세가 싼 동네를 찾다가 신월동으로 와서 화곡본동성당에 다니던 중 어딘가를 떠돌던 남편이 집을 찾아 들어와 단칸방 생활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은 이혼하라고, 그래야 엄마라도 제대로 살 수 있다고 그랬지만 하느님께 약속을 한 이상 이혼을 할 수가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해 병원에 취직을 했는데 은행에 남은 빚이 있었는지 즉시 차압이 들어왔고 월급의 반만 주는 것으로 생활을 해야 했다. 돌아온 남편은 폐인처럼 술만 마시며 살다가 2011년 어느 날 뇌출혈로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하늘나라로 갔다. 나를 깊이 사랑해 주었지만 동시에 나에게 경제적인 짐을 무겁게 지워주고 떠나버린 그가 지은 빚을 나는 아직도 갚아나가고 있다.


비록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머리도 좋고 감성이 풍부한 아빠를 닮아 딸들은 미술을 전공했고 아들도 잘 자라주어 지금은 결혼해서 아빠가 어깨에 지어준 빚도 갚고 잘 살고 있다.


너무 신경을 써서 그랬는지 2005년에는 유방암 말기라 40일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방사선치료를 40번이나 받으라는데, 돈이 없어서 그냥 그리 살다가 죽기로 작정을 하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 죽을 생각을 하니 삶이 힘들어서인지 죽음이 하나도 두렵지가 않았다. 40일 밖에 못산다는 진단을 받고 하느님 나라에 가는 것이 너무 좋고 기뻐서 웃고 있으니 간호하며 울고 있던 조카가 ‘고모 미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 있느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1코린15,55-57)

성체조배실에 들어가 기도하며 주님께 모든 걸 의탁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수술은 임상실험대상으로 선정되어 무료로 받게 해 주셨고, 수술 후의 극심한 통증을 나는 예수님의 가시 하나 빼드리는 마음으로 참아내며 진통제도 맞지 않았다. 방사선치료는 물론 모든 약을 끊고 하느님께서 불러가시면 기쁘게 달려가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그런데 약을 끊었는데도 통증은 줄어들었고 방사선치료를 안 했는데도 하느님은 나를 불러가시지 않았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 (마태16,25)


그 후 하느님은 나를 일산정신병원에 취직을 시켜주셨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7년 동안 일부 월급을 차압당하면서도 결근 한번 안하고 충실하게 근무를 했다. 영세를 받고 미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을 체험했기에 낮에 근무하면 매일미사를 갈 수가 없어서 15년 전부터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밤근무를 자원했다. 다른 병원으로 이직을 해서 근무하는 것이 오늘까지 근무를 하고 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으니 하느님께서 나를 살게 해 주시는가 보다고 생각하며 기쁘게 환자들을 돌보고 그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나의 남은 힘을 다 쓰고자 한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살아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럽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너무너무 살고 싶어하는데, 이 세상의 어떤 것도 그들의 삶을 연장시킬 수 없다. 죽어가는 그 사람들 대신에 내가 사는 것 같아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기에 내게 주어진 시간을 1초도 허투루 낭비할 수가 없어 열심히 기도하며 일하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나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살게 된다. 주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그분의 손발이 되어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성령에게 뿌리는 사람은 성령에게서 영원한 생명을 거둘 것입니다. 낙심하지 말고 계속 좋은 일을 합시다. 포기하지 않으면 제때에 수확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있는 동안 모든 사람에게, 특히 믿음의 가족들에게 좋은 일을 합시다." (갈라6,8-10)

연세가 많아 직접올리시지 못하셔서 대신 제 메일로 보냅니다.  신부님이 매주 보내주신 메시지공고 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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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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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한신부 2021-11-06
    너무 감동적이네요
    욥과 같은 삶을 사셨네요
    주님이 함께하심을 깊이 느끼며 사실거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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